[여성동아 인터뷰] 장수 과자, 왜 새 맛 입나
최경집 교수 서면 답변 전문…'안전한 새로움'과 한 달 뒤 성적표
- 뉴스더힐 편집국
- 입력 2026.10.28 10:22

여성동아는 10월 14일 「새 맛 입고 회춘한 장수 과자들」(이나래 프리랜서 기자) 기사에서 30년 넘은 과자들이 새 맛을 입고 다시 인기를 얻는 흐름을 다뤘다. 이 기사에 전문가로 참여한 본지 칼럼니스트 최경집 교수가 여성동아의 서면 질문에 보낸 답변 전문을 싣는다. 질문은 여성동아가 보낸 것이고, 답변은 최 교수가 쓴 원문 그대로다.
최 교수는 답변에 앞서 "저는 신제품을 볼 때 단순히 맛이 괜찮은가만 보지 않습니다. 소비자가 왜 구매하는지, 유통 과정에서 어떻게 회전하는지, 기업이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지까지 함께 봐야 실제 상품이 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밝혔다.
Q. 최근 제과업계에서 스테디셀러 브랜드의 맛 확장 제품이 늘어나는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A. 마케팅에서는 기존 브랜드에 새로운 맛이나 형태를 더하는 것을 라인 확장이라고 합니다. 완전히 새로운 브랜드를 만드는 대신, 이미 소비자에게 알려진 브랜드 자산을 활용해 새로운 수요를 시험하는 방식입니다.
최근 이런 제품이 늘어나는 첫 번째 이유는 브랜드 인지도의 가치가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원부자재와 광고비, 매대 확보 비용은 계속 오르고 있는데 국내 제과시장은 이미 성숙기에 들어섰습니다. 시장의 파이가 크게 커지지 않는 상황에서 완전히 새로운 브랜드를 알리려면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합니다.
반면 30년 된 브랜드는 별도의 설명이 많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소비자가 이미 맛과 품질을 어느 정도 알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맛이 나왔다는 사실만 전달해도 관심을 끌 수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기존 브랜드 자산을 활용해 마케팅 비용과 시장 진입의 부담을 낮출 수 있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제품수명주기 관리 측면입니다. 스테디셀러도 영원히 같은 모습으로만 팔리지는 않습니다.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에 들어선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다시 선택될 이유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때 브랜드의 핵심 정체성은 유지하면서 맛이나 사용 상황을 새롭게 제안하는 방식이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최근 황치즈, 두바이 초콜릿, 우베, 야장 문화처럼 유행의 주기가 짧아진 것도 영향을 줬습니다. 새로운 브랜드를 처음부터 개발하는 것보다 기존 브랜드에 트렌디한 맛을 접목하는 편이 시장 반응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도 주요 제과업체들이 기존 스테디셀러에 새 맛을 입힌 제품을 100개 가까이 선보였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세 번째는 소비자의 지각된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점입니다. 소비자는 처음 보는 브랜드를 살 때 맛과 품질을 알 수 없어 망설입니다. 하지만 미쯔나 꼬깔콘처럼 익숙한 브랜드라면 기본적인 신뢰가 이미 형성돼 있습니다. 여기에 새로운 맛이 더해지면 실패할 가능성에 대한 부담은 낮아지고,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재미는 생깁니다.
저는 이를 '안전한 새로움'이라고 부릅니다. 익숙함이 구매 장벽을 낮추고, 새로움이 다시 구매할 이유를 만드는 것입니다. 40대에게는 추억의 브랜드지만 20대에게는 새로운 상품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하나의 브랜드가 세대별로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쯔 황치즈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소비자들은 이전부터 미쯔를 우유나 요거트에 넣어 먹거나 빙수 토핑으로 활용해왔습니다. 앞서 출시된 황치즈칩이 품귀 현상을 보이고 중고거래에서 웃돈이 붙은 것도 소비자 관심을 보여주는 신호였습니다. 물론 중고 시세가 전체 수요를 그대로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기업 입장에서는 이미 형성된 관심과 사용 방식을 기존 브랜드에 연결해 상품화할 수 있었던 사례라고 봅니다.
Q. 완전 신제품 개발과 비교했을 때 이런 전략이 갖는 비용·리스크 측면의 장점은 무엇입니까?
A. 제가 식품 유통 현장에서 중요하게 보는 것은 제품이 실제로 팔리는 과정입니다. 신제품은 보통 세 개의 문을 통과해야 합니다. 소비자에게 알려지는 인지, 매대에 올라가는 입점, 그리고 실제로 판매되는 회전입니다.
완전히 새로운 제품은 이 세 문을 모두 처음부터 열어야 합니다. 반면 기존 브랜드의 맛 확장은 인지도와 입점 단계에서 이미 일정 부분의 기반을 갖고 출발합니다.
첫 번째 장점은 인지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신규 브랜드는 브랜드가 무엇인지, 어떤 맛인지, 왜 사야 하는지부터 설명해야 합니다. 하지만 꼬깔콘 쌈장삼겹살맛처럼 기존 브랜드가 분명하면 제품명이 곧 설명이 됩니다. 신제품에서 공장이나 원료보다 더 큰 부담이 되는 것이 소비자에게 제품을 알리는 비용인데, 기존 브랜드는 이 부담을 어느 정도 줄여줍니다.
두 번째는 유통 바이어의 불확실성을 낮출 수 있다는 점입니다. 바이어는 제품이 팔리지 않을 때 발생하는 반품과 폐기, 매대 회전율을 함께 고려합니다. 판매 이력이 없는 신규 브랜드는 입점 자체가 큰 판단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스테디셀러의 새 맛은 기존 제품 옆에 추가하는 방식으로 제안할 수 있습니다.
꼬깔콘 야장시리즈처럼 편의점별로 다른 맛을 배치하는 것도 유통 전략의 하나입니다. 제품을 한꺼번에 전국에 확대하기보다 채널별로 반응을 확인하고, 소비자에게는 여러 점포를 찾아가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상품 기획과 유통 전략이 결합된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생산 측면에서도 기존 제품의 형태와 공정을 유지하면서 시즈닝이나 배합을 조정하는 경우가 많아 신규 설비 투자를 줄일 수 있습니다. 한정판이나 채널 전용 제품으로 먼저 내놓고 소비자 반응을 확인하는 것은 일종의 시험판매입니다. 저는 이를 브랜드 자산으로 실험비를 대신 치르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다만 맛 확장이 무조건 저렴하거나 안전한 것은 아닙니다. 새 원료를 사용하면 품질 테스트, 알레르기 관리, 표시사항 검토, 필요한 경우 라인 세척, 포장재 개발 등이 필요합니다. 제품에 따라 비용 절감 폭도 다릅니다.
오히려 더 주의해야 할 부분은 브랜드 내부의 자기잠식입니다. 새로운 맛이 기존 제품의 매출을 나눠 가질 수 있고, 확장 제품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소비자가 원조 제품의 정체성을 혼란스러워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제품을 많이 내는 것이 아니라 기존 브랜드와의 적합성을 관리하는 일입니다.
실패의 범위가 작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신규 브랜드가 실패하면 브랜드 자체가 사라질 수 있지만, 맛 확장은 하나의 품목을 정리하는 선에서 끝날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실패가 반복되면 모브랜드에 대한 신뢰까지 훼손될 수 있으므로, 출시 전부터 종료 기준과 성과 기준을 정해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Q. 이런 전략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십니까? 업계에 조언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요?
A. 이 전략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봅니다. 시장이 성숙하고 소비자의 유행 주기가 짧아질수록 기업은 기존 브랜드를 활용해 빠르게 시장을 확인하려 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복각하면 팔린다'는 공식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모든 기업이 비슷한 방식으로 기존 브랜드를 꺼내면 소비자는 곧 피로감을 느낍니다. 처음에는 추억이었던 제품이 나중에는 '또 복각이네'라는 반응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새로운 맛을 내는 것이 아니라, 그 맛이 기존 브랜드와 어떤 장면과 사용 상황을 만들어내는가입니다.
예를 들어 쌈장삼겹살맛은 단순한 맛의 이름이 아니라 야장에서 고기와 맥주를 즐기는 장면을 떠올리게 합니다. 소비자는 맛만 사는 것이 아니라 그 맛을 소비할 상황까지 함께 구매하는 것입니다. 미쯔 황치즈도 황치즈라는 유행만 가져온 것이 아니라 빙수나 요거트 위에 올려 먹는 사용법과 연결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맛을 기획할 때는 세 가지 적합성을 함께 봐야 합니다. 기존 브랜드의 맛과 식감에 어울리는지, 소비자가 실제로 먹는 상황과 맞는지, 그리고 해당 유통 채널의 고객과 맞는지입니다. 유행하는 맛을 여러 브랜드에 일괄적으로 붙이는 것은 브랜드 확장이라기보다 단순한 도배가 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오리지널 제품과 확장 제품의 역할을 구분해야 합니다. 원조 제품은 브랜드의 신뢰와 정체성을 지키고, 확장 제품은 새로운 소비자와 사용 상황을 끌어오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물량 관리도 중요합니다. 품절은 한 번이면 화제가 될 수 있지만 반복되면 불신이 됩니다. 한정판도 매달 출시하면 더 이상 희소성을 갖기 어렵습니다. 어떤 시기에, 어떤 채널에서, 어느 정도 물량을 선보일지 시즌 캘린더를 갖고 관리해야 합니다.
세 번째로는 출시 직후의 판매량이나 SNS 화제성만으로 성공을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마케팅에서 중요한 것은 체험 구매와 반복 구매를 구분하는 일입니다. 재구매율, 신규 소비자 유입, 기존 제품과의 자기잠식, 회전율과 마진, 반품과 폐기까지 함께 봐야 합니다.
결국 출시 직후 얼마나 팔렸는가보다 한 달 뒤 소비자가 다시 집는가가 더 중요한 성적표입니다.
마지막으로 복각은 일종의 저축을 꺼내 쓰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가 미쯔, 꼬깔콘, 초코파이 같은 브랜드를 다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과거에 누군가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오랫동안 관리했기 때문입니다.
30년 뒤에 다시 꺼내 쓸 브랜드를 만들려면 지금도 새로운 시도를 계속해야 합니다. 장수 브랜드는 오래됐기 때문에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핵심을 지키면서도 소비자에게 계속 궁금할 이유를 제공했기 때문에 살아남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 글은 여성동아 기사 「새 맛 입고 회춘한 장수 과자들」(2026년 10월 14일)에 실린 인터뷰의 서면 답변 전문입니다. 여성동아 기사에는 이 답변 중 일부가 실렸습니다. 최경집 교수는 본지 칼럼니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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