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8일(수)

홈 > 오피니언

칼럼

[박현 손해사정사의 정당한 보험금 리포트] 보험금 자동심사 시대, 보험금이 제대로 나오는지 확인하셨나요?

  • 박현 손해사정사
  • 입력 2026.07.02 09:54
  • 수정 2026.07.06 13:32
보험금 자동심사 시대, 보험금이 제대로 나오는지 확인하셨나요?

몇 년 전, 보험사 재직 시절 나의 일과는 전산팀 직원들을 붙잡고 씨름하는 것으로 시작해 밤늦게 끝이 나곤 했다. 목표는 단 하나, AI와 전산 프로그램이 사람 대신 보험금을 계산하는 '자동심사 성공률'을 높이는 것이었다. 매일같이 로직을 뜯어고치고 오류를 잡아내며 무한 테스트를 돌리는 게 일상이었다. 당시에는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고 터치 한 번에 보험금이 지급되는 시스템이 금융 혁신이자 고객을 위한 최고의 편의라고 굳게 믿었다.

최근 손해보험 대형사들의 행보를 보면 그 시절의 노력이 완전히 결실을 본 듯하다. 현재 대형 손보사들의 보험금 자동심사율은 무려 50%에 육박하고 있다. 접수되는 보험금 청구 건 두 건 중 한 건은 사람이 눈으로 확인조차 하지 않고, 컴퓨터 프로그램이 알아서 판단해 고객의 계좌로 돈을 쏘아 보내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시급을 다투는 병원비 결제 앞에서 번개처럼 빠른 지급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손해사정사로서 보상 현장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지금, 나는 이 '50%의 혁신' 뒤에 숨은 거대한 그늘을 목격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컴퓨터가 계산한 보험금의 오지급률은 현장의 소비자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높다.

혁신의 그늘, 기계는 결코 완벽하지 않다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는 인간의 신체 질병과 사고를 몇 줄의 전산 로직으로 완벽하게 재단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전산 시스템은 철저히 입력된 조건에만 반응한다. 그러다 보니 시스템의 한계로 인해 마땅히 지급되어야 할 보상금이 덜 나오거나, 특정 특약의 보험금이 통째로 누락되는 경우가 수두룩하게 발생한다.

예를 들어, 동일한 사고로 여러 부위를 다쳐 수술을 받았을 때 가장 높은 금액의 수술비만 지급하고 나머지 부위의 수술비를 전산이 자동으로 누락시키거나, 약관상 지급 대상인 비급여 치료비를 면책 대상으로 오인해 삭감해 버리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가장 큰 문제는 대부분의 소비자가 보험사 전산의 '실수'를 전혀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대기업인 보험사가, 그것도 최첨단 컴퓨터 시스템이 알아서 계산해 준 돈이니 당연히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맞게 나왔으리라 굳게 믿어버린다. 카카오톡 알림톡으로 "보험금이 지급되었습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통장에 몇만 원, 몇십만 원이 찍히면 의심 없이 화면을 닫아버리는 것이 평범한 소비자들의 행동 패턴이다. 보험사의 이익을 지키는 전산 로직은 알아서 작동하지만, 소비자의 숨은 권리를 찾아주는 로직은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른 채 말이다.

통장에 찍힌 액수만 믿지 마라

진정한 소비자 주권은 보험사가 던져주는 금액을 그대로 수용하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아무리 자동심사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결국 내 권리를 지키는 것은 인간의 꼼꼼한 눈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최근에 보험금을 받은 내역이 있다면 통장 잔고만 보지 말고, 보험사 앱이나 홈페이지에 접속해 '보험금 지급 상세 내역서'를 반드시 발급받아 확인해 보길 바란다.

내가 가입한 담보 카테고리별로 금액이 정확히 산정되었는지, 누락된 항목은 없는지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보험금 자동심사 시대는 편리함을 가져다주었지만, 동시에 소비자에게는 '내 돈이 제대로 나왔는지' 스스로 감시해야 하는 숙제를 안겼다. 거대한 전산 시스템이 놓친 당신의 소중한 권리, "맞게 나왔겠거니" 하는 방심 속에 고스란히 보험사의 이익으로 묻히고 있을지도 모른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전산 로직보다 더 강한 것은, 내 권리를 지키겠다는 소비자의 현명한 의심이다.

박현 손해사정사 info@newsthehill.com

저작권자 © 뉴스더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다른 기사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