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박현 손해사정사의 정당한 보험금 리포트]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천국길, 보험사는 왜 ‘급성 심근경색’이 아니라고 할까?
- 박현 손해사정사
- 입력 2026.09.10 21:55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이별 앞에서 슬픔을 수습할 겨를도 없이 황망한 일을 겪은 한 유가족이 있었다. 평소 지병이 있으셨지만 단란하게 일상을 보내던 어머니께서 갑작스런 통증과 함께 의식을 잃으셨고,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도착 전 사망(DOA)’ 상태였다. 황망하게 어머니를 떠나보낸 슬픔도 잠시, 유가족은 가입해 두었던 ‘급성 심근경색 진단비’를 청구했으나 보험사로부터 돌아온 답변은 이번에도 차가웠다. “사체검안서상 진단명이 ‘급성 심근경색(의증)’으로 표기되어 있어, 확정 진단으로 볼 수 없습니다. 따라서 진단비 지급은 불가능합니다.”
이 안타까운 사연을 접했을 때, 손해사정사로서 깊은 탄식과 함께 억울하게 권리를 침해당하는 유가족을 위해 내가 방패막이가 되어야겠다는 사명감이 불타올랐다. 단지 정밀 검사 기록이나 부검 결과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고인의 생전 정황과 의학적 정황을 모조리 무시하는 보험사의 행태는 명백한 불합리였다. 나는 즉시 유가족의 구원투수로 나서서 고인의 과거 의료 기록을 샅샅이 파헤치기 시작했다.
부검 결과가 없다면, 고인이 생전에 남긴 ‘의학적 흔적’들로 급성 심근경색이었음을 입증해 내야 했다. 나는 고인이 생전에 방문했던 병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세 가지 핵심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했다.
- 과거 심전도 및 혈액 검사 결과 : 생전 심장 상태의 변화 추이를 추적할 수 있는 기초 데이터
- 고혈압·고지혈증 처방 기록 : 심관상동맥 질환의 강력한 위험 인자를 지속적으로 치료받아 온 객관적 사실
- 흉통으로 인한 응급실 내원 이력 : 사망 전 심장 이상 징후로 진료받았던 입증 자료
이 세 가지 방대한 데이터와 임상적 정황을 결합하여, 부검이 없더라도 고인의 사망 원인이 의학적으로 ‘급성 심근경색’에 해당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적인 손해사정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리고 법적·의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보험사를 정면으로 압박했다. "도착 전 사망이라는 특수성과 생전의 객관적 병적 기록을 종합할 때, 이는 약관상 정당한 지급 대상입니다."
논리와 전문성으로 무장한 손해사정사의 압박 앞에, 약자의 슬픔과 무지를 이용해 방어막을 치던 보험사는 더 이상 거절할 명분을 찾지 못했다. 결국 보험사는 자신들의 주장을 철회했고, 유가족의 계좌로 정당한 ‘급성 심근경색 진단비’ 전액이 입금되었다. 전문가의 개입이 없었다면 슬픔 속에 고스란히 묻혔을 소비자의 소중한 권리를 찾아온 순간이었다.
현장에서 일하며 늘 마음속에 새기는 기조가 있다. 보험은 컴퓨터 모니터 속에만 존재하는 딱딱한 ‘약관’이 아니다. 그것은 위기에 처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존재하는 사회적 안전망이다. 가입을 권할 때만 온갖 약속을 남발하다가, 정작 가장 힘든 순간에 등을 돌리는 이들이 많아질수록 보험의 본질은 흐려진다.
고객 관리의 본질은 화려한 포장지나 그럴듯한 말에 있지 않습니다. 가족을 잃은 슬픔 속에서 가장 무력해진 순간, 그 절망의 현장에서 묵묵히 우산이 되어주고 곁을 지켜주는 '사람 대 사람의 진심'에 있습니다. 이번 일은 손해사정사라는 제 직업이 지닌 진짜 가치와 사명을 다시금 가슴 깊이 새겨준 계기였습니다. 앞으로도 차가운 규정과 숫자에 가려진 이들의 정당한 온기를 되찾아주기 위해, 언제나 현장에서 발로 뛰며 '사람'을 최우선에 두는 길을 걸어가겠습니다.
박현 손해사정사 info@newstheh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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