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최경집 교수의 현장 마케팅 노트] 가격은 내리는 게 아니라 설계하는 것이다
- 최경집
- 입력 2026.09.16 15:55
![[최경집 교수의 현장 마케팅 노트] 가격은 내리는 게 아니라 설계하는 것이다](/static/old/kj-2026091600001-0.png)
가격은 내리는 게 아니라 설계하는 것이다
장사가 안 되면 사장님들이 가장 먼저 손대는 것이 가격이다.
옆 가게가 내리면 따라 내리고, 손님이 비싸다고 하면 또 내린다.
그렇게 한 번, 두 번 내리다 보면 어느새 남는 게 없다.
가격을 내려 손님을 붙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실은 이익을 깎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많은 사장님들이 가격은 '내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할인은 강력하다.
그러나 할인은 마약과 비슷하다.
한 번 맛본 손님은 제값을 낯설어하고, 한 번 내린 가격은 다시 올리기가 몹시 어렵다.
그래서 가격은 함부로 내리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설계하는' 것이다.
가격 설계란 손님이 '싸다'가 아니라 '합리적이다'라고 느끼게 만드는 일이다.
핵심은 비교의 기준을 우리가 먼저 세우는 것이다.
예컨대 상품을 하나만 놓으면 손님은 그것이 비싼지 싼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일반·프리미엄 두 가지를 나란히 놓으면, 손님은 그 사이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대개 안심하고 중간을 고른다.
가격은 숫자 하나가 아니라, 선택의 구조인 것이다.
식품 시장에서 이 원리는 특히 잘 통한다.
김치를 1kg 한 종류로만 팔면 손님은 가격만 본다.
그러나 500g·1kg·3kg으로 나누고, 여기에 '명절 선물용 프리미엄'을 더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손님은 자기 상황에 맞는 것을 고르고, 객단가는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가격을 내리지 않고도 매출을 올리는 길이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할인을 아예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할인에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유 없는 상시 할인은 브랜드를 싸구려로 만들지만, '창고 정리', '신제품 출시 기념'처럼 이유와 기한이 분명한 할인은 오히려 구매를 앞당긴다. 같은 할인이라도 '왜 싸게 파는지'를 설명하는 순간, 소비자는 그것을 손해가 아니라 기회로 받아들인다.
가격을 내리기 전에 사장님이 먼저 해야 할 질문은 "얼마나 깎을까"가 아니라 "왜 이 가격인가"이다. 이 답이 분명하면 손님은 굳이 깎지 않아도 지갑을 연다. 답이 없으면, 아무리 깎아도 손님은 더 깎아달라고 한다.
가격을 내리면 이익이 깎이고, 가격을 설계하면 가치가 팔린다.
좋은 장사는 싸게 파는 기술이 아니라, 제값을 받아내는 설계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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