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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집 교수의 현장 마케팅 노트] 사진 한 장이 열 마디 설명을 이긴다

  • 최경집
  • 입력 2026.10.06 16:27
  • 수정 2026.10.06 16:31
[최경집 교수의 현장 마케팅 노트] 사진 한 장이 열 마디 설명을 이긴다

얼마 전 한 반찬가게 사장님이 상품 사진을 보내왔다.

온라인에 올릴 건데 영 반응이 없다는 것이었다.

사진을 열어보니 이유가 한눈에 보였다.

주방 형광등 아래에서 찍은 김치는 누렇게 떴고, 스테인리스 쟁반 위에 덜렁 올려져 있었다.

사장님은 억울해했다. “맛은 진짜 자신 있는데요.” 나는 그 말을 믿는다.

문제는 맛이 아니라, 그 맛이 사진에서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었다.

많은 사장님들이 사진을 '상품을 보여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상품만 정확히 찍으면 된다고 믿는다. 그러나 손님이 사진에서 찾는 것은 상품의 생김새가 아니다.

손님은 사진을 보며 '이걸 먹는 나'를 상상한다.

좋은 상품 사진은 설명이 아니라 상상을 만드는 장치다.

설명은 글이 하고, 상상은 사진이 한다.

식품은 특히 그렇다.

같은 김치라도 흰 접시에 한 보시기 덜어내고, 창가의 자연광에서 찍고, 옆에 갓 지은 밥 한 공기를 놓으면 사진이 달라진다.

손님은 그 순간 김치를 보는 게 아니라 저녁 밥상을 본다.

떡볶이도 마찬가지다. 통에 가득 담긴 떡볶이보다, 한 입 크기로 떠올린 떡 한 조각에서 김이 오르는 사진이 더 잘 팔린다.

양을 보여주면 가격을 계산하고, 장면을 보여주면 식욕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품 사진을 찍기 전에 사장님이 던져야 할 질문은 “어떻게 예쁘게 찍을까”가 아니라 “손님이 이걸 언제, 어디서, 누구와 먹을까”이다.

그 장면이 정해지면 배경도 그릇도 빛도 저절로 결정된다.

도시락 반찬이면 도시락통이 배경이고, 명절 선물이면 포장 상자가 배경이다. 장면 없이 찍은 사진은 아무리 선명해도 손님의 기억에 남지 않는다.

여기에 사람의 흔적이 더해지면 사진은 한 번 더 힘을 얻는다.

김치를 담는 손, 국자를 든 팔, 포장을 묶는 손가락 같은 것들이다.

손님은 그 흔적에서 '누군가 정성껏 만들었다'는 신호를 읽는다.

완벽하게 정리된 사진보다 조금 어수선해도 사람 냄새가 나는 사진이 더 오래 붙잡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비싼 장비가 필요한 일도 아니다.

요즘 휴대폰 카메라면 충분하다.

다만 형광등 아래를 피하고 낮에 창가에서 찍을 것,

배경에서 잡동사니를 치울 것,

그리고 같은 상품이라도 전체 모습과 가까이 당긴 모습을 함께 남길 것.

이 세 가지만 지켜도 사진은 눈에 띄게 달라진다.

손님은 글을 읽기 전에 사진을 먼저 본다.

사진에서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그 아래 적힌 정성스러운 설명은 읽히지 않는다.

좋은 상품을 만드는 데 들인 시간의 아주 일부를, 그 상품을 담는 한 장의 사진에 쓰는 것이 옳다.

상품은 주방에서 완성되지만, 그 상품이 팔리는 자리는 손님의 눈앞이다.

사진은 그 둘을 잇는 유일한 다리다.

최경집 info@newstheh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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