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최경집 교수의 현장 마케팅 노트] "그래서, 물건은 언제 들어옵니까?"
- 최경집
- 입력 2026.10.12 17:49
- 수정 2026.10.12 17:53
![[최경집 교수의 현장 마케팅 노트] "그래서, 물건은 언제 들어옵니까?"](/static/old/kj-2026101200001-0.png)
식자재는 늦게 도착하는 순간 사장님의 걱정거리가 된다. 주문서에는 품목과 단가가 적혀 있지만, 납품하는 사람은 그 뒤에 있는 주방의 시간을 함께 읽어야 한다. 차에서 상자를 내렸다고 일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거래처가 물건을 확인하고 제자리에 넣어야 비로소 납품이 마무리된다.
나는 식자재 B2B 유통업자다. 식당과 급식 현장에 필요한 물건을 공급하며, 호서대에서 식품유통과 마케팅을 가르치는 겸임교수이기도 하다. 경영학박사라는 이력도 있지만, 입고가 꼬인 날에는 학위보다 연락이 닿는 담당자가 더 절실하다. 강의실과 창고 사이의 간격을 줄이는 일이 내 공부이자 생업이다.
현장에서 단가 이야기는 피할 수 없다. 거래처는 더 나은 가격을 원하고, 공급자는 감당할 수 있는 조건을 찾는다. 같은 상품이라도 주문 방식과 배송 조건, 보관 부담에 따라 거래의 속사정은 달라진다. 가격표만 놓고 보면 비싸 보이는 물건이 일정한 입고 덕분에 주방의 수고를 덜기도 한다. 반대로 싸게 샀다는 기쁨이 박스를 뜯는 순간 끝날 수도 있다. 싸다는 말과 잘 샀다는 말 사이에는 확인할 것이 꽤 많다.
단가를 조정할 때도 이유를 설명하는 일이 남는다. 거래처 입장에서는 어제 쓰던 재료가 오늘도 같은 재료인데 왜 조건이 달라졌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공급자에게 사정이 있다는 말만으로는 다음 주문을 맡기기 어렵다. 바뀐 조건을 언제부터 적용하는지, 기존 주문은 어떻게 처리하는지 서로 알아야 한다. 말하기 불편해서 뒤로 미룬 이야기는 정산할 때 더 불편한 얼굴로 돌아온다.
입고와 재고는 늘 함께 움직이면서도 서로 다른 걱정을 만든다. 입고가 늦으면 납품 약속이 흔들리고, 불안해서 넉넉히 들이면 창고가 무거워진다. 냉동고 문을 열 때마다 재고는 말없이 나를 쳐다본다. 장부에서는 자산인데 마음속에서는 숙제다. 그렇다고 마음이 급해 물건부터 밀어내면 거래처의 냉동고에 내 숙제를 옮겨 놓는 셈이다. 주문을 받는 일 못지않게 상대가 소화할 수 있는 물량을 헤아리는 일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거래처 관계도 결국 이런 장면에서 만들어진다. 품절을 얼마나 빨리 알리는지, 잘못 들어간 물건을 어떻게 회수하는지, 불편한 이야기를 끝까지 듣는지가 다음 주문에 남는다. 친해졌다고 발주 확인을 생략할 수는 없다. 오래 거래한 사장님에게도 상품명과 수량, 입고 예정은 다시 맞춰야 한다. 서로 알아서 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엇갈리면 가까운 사이일수록 서운함이 커진다. 친분은 일을 편하게 해주지만 확인까지 대신해주지는 않는다.
이런 일을 하며 품게 된 질문을 내 사업에서도 시험해보려 한다. 유통업자가 직접 상품과 거래 방식을 정하면 무엇을 책임져야 하는지 알고 싶어서다. 내 브랜드를 붙였다고 생산 현장의 변수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주문이 들어왔을 때 출고할 수 있는지, 냉동 상태를 유지해 전달할 수 있는지, 문제가 생겼을 때 어디서 확인하고 누가 답할지도 준비해야 한다. 식자재 거래에서 배운 확인과 설명을 새로운 거래에도 이어갈 수 있을지 살펴보려는 것이다.
그렇다고 냉동고와 출고표까지 느슨하게 운영할 생각은 없다. 준비한 물건이 약속한 상태로 도착하고, 받아본 사람이 궁금한 것을 물었을 때 답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내 사업을 시작하며 내가 먼저 확인하고 싶은 것도 그것이다. 주문을 받은 뒤의 일을 얼마나 성실하게 해내는가. 새로 시작하는 일에서도 결국 내게 돌아오는 질문은 납품 현장에서 듣던 질문과 같다. "그래서, 물건은 언제 들어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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